
11년 차 게임 제작자, 박민성입니다
게임 회사를 다니다가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뛰쳐나와 7년간 1인 인디 게임 개발사 ‘레드민스’를 창업하고 운영했던 박민성입니다. '나만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로망으로 창업했던 회사를 작년 12월 말 폐업하고 지금은 게임 제작 관련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셜클럽을 통해 다양한 소속과 직군의 게임 제작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분들이 마음 한편엔 ‘나도 언젠가 내 게임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그런 로망으로 시작했다가 길을 헤매고, 지금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람으로서 ‘내가 했던 경험이 누군가에겐 방황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티클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후 만든 나만의 첫 게임, <Muug>
저는 어릴 적부터 성별로 인해 남들이 보는 제 모습이 한정되고 왜곡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맞닥뜨린 여러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게임을 통해 소개하고 공감받고 싶었죠. 그렇게 저는 <Muug>라는 게임과 함께 ‘레드민스’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Muug> 스토리 개요
<Muug> 런칭 이후,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신 유저분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바이럴이 되어 잠깐이지만 구글스토어 급상승 게임 1위를 달성했습니다. 마케팅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없어 제작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5천 명이 넘는 오가닉 유저가 유입됐습니다. 정말 꿈같은 날들이었어요.
꿈같은 날들은 아주 잠깐...
그러나 꿈같은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내 이야기를 주제로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을 뿐, 마케팅이나 데이터, 재무/회계 등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없었죠. 그저 게임을 잘 만들기만 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사 창업 (희망편)
<Muug>는 운이 좋게 바이럴 마케팅이 이루어졌지만, 그렇게 들어온 유저 수만큼 매출을 내진 못했습니다. 라이트 한 퍼즐 게임 유저들에게 맞지 않는 BM, 확장 불가능한 인앱 상품 구성, 개발 미숙으로 인한 광고 보기 오류까지… 분석글을 써도 장편 연재를 해야 할 만큼 <Muug>의 ARPU는 처참했습니다. 수익만 놓고 보면 <Muug> 개발은 취미 활동에 더 가까웠습니다.

<Muug> 인게임 이미지
사업은 현실
게임 회사의 67%가 5년 안에 폐업한다고 합니다. 레드민스는 첫 게임 <Muug>로 작게나마 이름을 알리고, 소수의 팬층을 만드는 데 성공하며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너 개의 게임을 만들며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게임을 만들며 제가 깨달은 것은 ‘만들고 싶은 게임'과 ‘시장이 원하는 게임’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으로 저는 '레드민스'의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사 창업 (절망편)
나만의 게임 vs 시장이 원하는 게임
마음속에 ‘내 게임 만들어야지!’라는 로망을 품은 게임 제작자라면, '내 게임을 만들겠다'는 원칙 아래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원칙대로 로망을 쫓아 게임을 만든다면 스스로는 만족스럽겠지만, 유저들이 좋아하는지, 그래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덕업 일치 게임을 개발해서 대박까지 낼 가능성이 0%는 아니겠죠. 그 엄청난 확률의 로또 복권도 누군가는 당첨되니까요.

로또 복권 당첨 확률 = 나만의 게임의 성공률?
많이 팔리는 게임을 만들어 대박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시장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미 큰 회사의 성공한 게임을 보고 ‘AAA’, '대작'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도 많은데,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와 함께 유저 리텐션과 ARPU, 결제 상품과 BM 시스템, 마케팅 UA 등 다양한 요소들을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어중간한 선택 = 실패
'레드민스'에서 만든 게임은 마켓 사이즈도 작았고, 데이터도 거의 없었습니다. 제작한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운영하기 좋은 구조도 아니었죠.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자고 개발했는데, 긴 개발 기간 동안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쉬운 길로 가자며 스스로와 타협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프로젝트는 결국 산으로 갔죠.
선택한 방향이 ‘내 게임 만들어야지’라는 로망이라면 개발 기간 동안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기획을 변경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유자금이 있거나 부모님 또는 배우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지 말고 취미로 개발하는 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꼭 나와야겠다면 사이드잡을 하면서 버텨야 하거든요.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어야지!'라는 목표가 있다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상품의 차별성을 갖추고 매출을 일으킬 방법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합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지거나 사람 수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비용도 함께 늘어난 거란 사실을 고려해야 하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막상 게임을 제작하게 되면 제작 자체에 몰두하느라 이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마치며
저는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당분간은 시장이 원하는 게임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후에 ‘나만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에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적절한 타이밍과 방법을 찾아 도전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저의 이런 선택이 앞으로 더 큰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성공을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차 게임 제작자, 박민성입니다
게임 회사를 다니다가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뛰쳐나와 7년간 1인 인디 게임 개발사 ‘레드민스’를 창업하고 운영했던 박민성입니다. '나만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로망으로 창업했던 회사를 작년 12월 말 폐업하고 지금은 게임 제작 관련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셜클럽을 통해 다양한 소속과 직군의 게임 제작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분들이 마음 한편엔 ‘나도 언젠가 내 게임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그런 로망으로 시작했다가 길을 헤매고, 지금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람으로서 ‘내가 했던 경험이 누군가에겐 방황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티클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후 만든 나만의 첫 게임, <Muug>
저는 어릴 적부터 성별로 인해 남들이 보는 제 모습이 한정되고 왜곡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맞닥뜨린 여러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게임을 통해 소개하고 공감받고 싶었죠. 그렇게 저는 <Muug>라는 게임과 함께 ‘레드민스’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Muug> 스토리 개요
<Muug> 런칭 이후,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신 유저분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바이럴이 되어 잠깐이지만 구글스토어 급상승 게임 1위를 달성했습니다. 마케팅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없어 제작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5천 명이 넘는 오가닉 유저가 유입됐습니다. 정말 꿈같은 날들이었어요.
꿈같은 날들은 아주 잠깐...
그러나 꿈같은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내 이야기를 주제로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을 뿐, 마케팅이나 데이터, 재무/회계 등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없었죠. 그저 게임을 잘 만들기만 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사 창업 (희망편)
<Muug>는 운이 좋게 바이럴 마케팅이 이루어졌지만, 그렇게 들어온 유저 수만큼 매출을 내진 못했습니다. 라이트 한 퍼즐 게임 유저들에게 맞지 않는 BM, 확장 불가능한 인앱 상품 구성, 개발 미숙으로 인한 광고 보기 오류까지… 분석글을 써도 장편 연재를 해야 할 만큼 <Muug>의 ARPU는 처참했습니다. 수익만 놓고 보면 <Muug> 개발은 취미 활동에 더 가까웠습니다.
<Muug> 인게임 이미지
사업은 현실
게임 회사의 67%가 5년 안에 폐업한다고 합니다. 레드민스는 첫 게임 <Muug>로 작게나마 이름을 알리고, 소수의 팬층을 만드는 데 성공하며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너 개의 게임을 만들며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게임을 만들며 제가 깨달은 것은 ‘만들고 싶은 게임'과 ‘시장이 원하는 게임’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으로 저는 '레드민스'의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사 창업 (절망편)
나만의 게임 vs 시장이 원하는 게임
마음속에 ‘내 게임 만들어야지!’라는 로망을 품은 게임 제작자라면, '내 게임을 만들겠다'는 원칙 아래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원칙대로 로망을 쫓아 게임을 만든다면 스스로는 만족스럽겠지만, 유저들이 좋아하는지, 그래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덕업 일치 게임을 개발해서 대박까지 낼 가능성이 0%는 아니겠죠. 그 엄청난 확률의 로또 복권도 누군가는 당첨되니까요.

로또 복권 당첨 확률 = 나만의 게임의 성공률?
많이 팔리는 게임을 만들어 대박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시장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미 큰 회사의 성공한 게임을 보고 ‘AAA’, '대작'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도 많은데,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와 함께 유저 리텐션과 ARPU, 결제 상품과 BM 시스템, 마케팅 UA 등 다양한 요소들을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어중간한 선택 = 실패
'레드민스'에서 만든 게임은 마켓 사이즈도 작았고, 데이터도 거의 없었습니다. 제작한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운영하기 좋은 구조도 아니었죠.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자고 개발했는데, 긴 개발 기간 동안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쉬운 길로 가자며 스스로와 타협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프로젝트는 결국 산으로 갔죠.
선택한 방향이 ‘내 게임 만들어야지’라는 로망이라면 개발 기간 동안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기획을 변경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유자금이 있거나 부모님 또는 배우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지 말고 취미로 개발하는 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꼭 나와야겠다면 사이드잡을 하면서 버텨야 하거든요.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어야지!'라는 목표가 있다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상품의 차별성을 갖추고 매출을 일으킬 방법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합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지거나 사람 수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비용도 함께 늘어난 거란 사실을 고려해야 하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막상 게임을 제작하게 되면 제작 자체에 몰두하느라 이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마치며
저는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당분간은 시장이 원하는 게임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후에 ‘나만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에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적절한 타이밍과 방법을 찾아 도전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저의 이런 선택이 앞으로 더 큰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성공을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